회사 서버가 다운되는 바람에 시간이 남아 오랫동안 블로그에 정리해보고자 했던 내용을 적어봅니다.
얼마전부터 이베이닷컴(ebay.com)에서 쇼핑카트가 뜨곤 한다. 전면적으로는 아니지만, 랜덤하게 나오는데, 아마도 테스트를 통해 유저 반응 및 패턴등을 분석하고, 전면 적용을 하거나 보류하거나 하려는 생각일 것이다.
이베이를 이용하면서 가장 불편한 것 중 하나는, 매 건에 대해 결제를 각각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시 결제 상품의 경우이며, 구매만 컨펌하거나 경매에 대해서는 일괄 결제가 가능하다.)
어떤 셀러가 상품 수량을 1개씩 5개의 리스팅으로 즉시 구매를 올렸을때, 그 5개를 사기 위해서는, 페이팔페이지로 이동해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넣고 다시 이베이에 와서 컨펌하는 행위를 5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쇼핑플랫폼(아마존, 한국의 쇼핑몰 등)에서는 5개의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한번에 결제할 수 있다. 이베이의 경우는 이러한 장바구니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배송비 셋팅등이 매우 뒤떨어진 구조로 되어있다. 아주 단순하게, 추가 아이템의 경우는 얼마..로 설정해서 할인되는 형태만 가능한데, 국제 배송의 경우 무게에 따른 배송비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셀러들은 해외 배송을 수동으로 견적해서 처리하거나, flat rate로 설정할 수 밖에 없다.
이베이의 구조는, 애초에 온라인 경매 모델에 맞춰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경매 비즈니스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경매로는 비즈니스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즉시구매를 키워나가려 하다보니, 기존 플랫폼이 문제가 되고, 그것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오게 된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극단적으로 표현된 것이, 한국의 옥션(auction.co.kr, 이베이 자회사)으로 초기 경매 모델은 거의 사라지고(중고 판매도 같이) G마켓(gmarket.co.kr, 역시 이베이 소유)과 같은 쇼핑몰 형태로 변화했다. 물론 이 선택은 당연한 것이었고, 시장 환경에 맞춘 적절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내용과 관련해서, 관심있게 보았던 2개의 웹사이트(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1. 필리핀 옥션(auction.ph)
필리핀 옥션은, 한국 옥션의 초기 창업자중 한명인 오혁 이라는 분이 한국 옥션을 매각한 후, 필리핀으로 가서 설립한 회사다. 온라인 경매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하며, ebay나 옥션의 초기 모델과 같다. 3,4년전쯤, 한국 언론등에 소개된 적이 있는데 당시에 내용을 보고, 왜 필리핀? 이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작년쯤 한국에서 일반인 대상 주식공모를 해서 몇몇 투자 카페 등에서 투자유치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와 관련해서 여러 소액 투자자들의 걱정과 기대 등을 웹에서 읽을 수 있었다.
물론, 투자 유치에 있어서는 경매 보다는 새로 런칭하는 SNS서비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던 것 같은데, 본래의 비즈니스가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그런 형태로 투자자를 모집했다고 생각한다.
왜 필리핀 옥션이 잘 되지 않을까?(혹은 안될까?)
기본적으로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환경이 안맞기 때문이다. 경매라는 것은 말그대로, 상품 가격을 특정하기 어려운 콜렉터블, 중고품 등에 적합하다. 즉, 중고 물품이 시장에 많거나, 수집 상품등이 많이 거래되는 시장이 있어야 한다. 그런 시장은 대부분 소위 말하는 선진국이며, 그러한 이유로 미국과 일본에서 경매가 성공한 것이다. (ebay.com, yahoo auction)
인터넷 쇼핑 인프라가 갖추어지지 않은 초기 시장에서는 경매든 뭐든 주목을 끌 수 있고, 회원을 모을 수 있을 것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성장이 안되는 단점이 있게 된다. 경매는 오픈마켓과 마찬가지로 구매자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판매자(물품 등록자)가 활발하게 활동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필리핀 옥션은 애초부터 적절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베이 필리핀, 이베이 태국, 이베이 인도는?
위에 나열한 여러 이유들로 인해, 국내 거래는 되지 않기 때문에, 이베이의 해외 진출은 크로스보더(국가간 쇼핑)에 초점이 맞추어쟈 있고, 실제로 그렇게 운영된다. 이베이 필리핀에, 필리핀 셀러가 상품을 등록하면, 유럽, 미국의 소비자가 산다던지, 이베이 필리핀에 회원가입한 필리핀 소비자는 미국 셀러가 올린 미국 상품을 구매한다던지 하는 것이다.
2. 원포미(1forme.net)
오래전 블로그에 한번 소개한 적이 있다. 그때도, 비슷한 내용의 글을 썼는데(시장과 모델), 결국 그대로 되고 말았다. 얼마전 방문한 원포미는 운영이 중단된듯, 게시판은 스팸으로 채워져있고, 구매후기는 1년전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시아의 ETSY라고 소개한 블로거도 계시고, 각종 언론등에 소개된듯 하지만, 왜 이러한 결론이 났을까.
역시 시장과 비즈니스 모델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원포미의 비즈니스는 핸드메이드(수공예)상품의 중개로, 세계적으로 성공한 etsy.com과 비슷하다. 하지만, 한국에는 핸드메이드 상품에 대한 수요가 대단히 크지는 않고, (가까운 일본만 해도 시장이 있어보인다.) 브랜드가 없는 수공예 귀걸이 보다는 대량 생산되어 지하철역근처에서 파는 프랜차이즈에 대한 수요가 더 많은 곳이다. 물론, 명품 스타일의 위조상품, 유사상품들의 수요 및 거래도 매우 활발한 곳이다. (이런쪽은 기존 오픈마켓..) 결국, 몇몇 셀러들은 확보하여 마케팅을 진행하여 어느정도 회원의 확보 및 운영이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이 될 수가 없다.
결국, 현재는 토스토(torsto.com)라는 소셜커머스형 사업을 주력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추가 내용으로, 길트닷컴형 사업을 표방하는 명품프라이빗세일 사이트(플래시 세일?)에 대해서도 의견을 적으면, 이미 3년전쯤 프랑스 회사와 합작투자로 한국에서 관련 사이트가 오픈했지만 금방 망해서 사라졌었다. 최근 모 사이트가, 큰 마케팅 없이 수십만 회원이 모였다.. 올해 예상 매출액이 100억이다..라고 언론과 인터뷰를 한것을 봤는데..
해당 모델은, 기본적으로 상품이 존재하는 지역에서 잘 될 수 있다. (해당 상품을 사려는 소비자는 한국에 많이 있다.)
무슨이야기냐 하면, 명품 브랜드가 생산되는 국가거나(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그런 상품들이 엄청나게 유통이 되는 국가거나(미국, 일본 등)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에서 길트류의 사업을 하려면, 미국 유럽 등지에서 나온 물건들을 소싱해서 수입해서 다시 팔아야 하는데(혹은 명품 브랜드의 한국지사의 악성재고) 가격 경쟁력도 없고, 좋은 상품이기가 어렵다. 차라리, 한국 국내 브랜드(소위 말하는 백화점 브랜드.. 황당한 가격에 파는 한국국내 브랜드 의류들)를 주요 아이템으로 한다면 말이되고, 성공가능성이 크다. 해당 상품은 여기서 생산(혹은 유통)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인들은 해외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그들을 만족시킬 상품 소싱이 될지 의문이다.
이야기가 좀 길어졌지만, 요약하면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을 잘 보면, 성공여부가 좀더 이해가 되고, 기업들의 행동이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왜 G마켓의 해외 사이트들은 한국상품이 대부분인지, 왜 이베이 재팬은 실패했지만, 세카이몬은 대박이 났는지…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