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부터 한국발 미국행 국제우편물에 대해 배송추적이 되지 않는다는 셀러들의 불만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RR등기건 K-Packet이건 마찬가지였는데, 그 이유에 대해 한국 우체국에서는 특별히 어떠한 공지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셀러들도 연말 우편물 수요급증으로 인해 처리가 지연된다.. 정도로들 생각했던것 같습니다.
중국 물류 기업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다음의 내용을 알게 되었습니다.
12월 4일자로 중국우체국은 ‘미국 우체국이 국제우편물에 대해 스캔을 점차 중단한다’는 공문을 관계기관에 보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사실여부 확인을 원하시는 분들이 있을것 같아서, 관련 링크를 찾았습니다.
http://www.spb.gov.cn/hqyz/ggyzxx/201412/t20141204_395538.html
이 내용은 표면적으로는 (원래부터 트래킹 업데이트가 잘 안되던) 국제등기 우편물의 스캔을 미국우체국이 안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만, 좀더 깊게 들어가 보면 크게 시사하는 점이 있습니다.
UPU로 대변되는 호혜주의에 기반을 둔 국제우편물의 처리와 관련해서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만든 것은 바로 급증하는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이고, 그 중심에는 중국셀러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이 잘 이해가 안되실 분들을 위해 좀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국내우편물과 달리 국제우편물은(EMS제외) UPU 협정에 따라서 수익성과 관계없이 배달을 해줘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양이 차이가 커지면 굉장히 불리한 수익구조가 되게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에서 오키나와로 보내는 요금이 도쿄에서 오키나와로 보내는 요금보다 저렴하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간에 국제우편물(Small Packet류)의 발송량은 당연히 중국발 미국행이 훨씬 많습니다. 이베이, 아마존을 장악한 중국셀러들의 물량과 Aliexpress, DHGATE, Lightinthebox, DX.com 등으로 대변되는 아웃바운드 전용 중국이커머스 기업들의 급성장으로 어마어마한 패키지들이 미국으로 들어옵니다.
위에서 언급한 UPU기준대로 하자면 USPS는 이 물량을 모두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배달을 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상당히 비싼 USPS의 아웃바운드 서비스로 중국으로 수백만건이 매달 발송된다면 어느정도 수지타산을 맞추겠지만, 트래킹도 안되는데 그 가격에 쓸 전자상거래 기업은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 특송으로 넘어가거나, DHL Globalmail 같은 회사를 통해 처리되기 때문에 USPS의 수익으로 오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USPS와 China Post는 e-packet이라는 전자상거래 전용 경량 화물 서비스를 개발하게 된 것입니다. (이는 중국이 원해서만은 아니고, 실질적으로는 미국도 이득이 되기 때문에 성립이 된 것입니다.)
미국내에서 트래킹이 되는 Firstclass Mail 등급을 적용한 이 서비스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서 2012년에 2000만개가 넘는 패키지가 중국에서 미국으로 e-packet을 통해서 들어왔다고 합니다.
USPS의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e-packet의 도입후, USPS의 국제우편물의 적자폭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UPU Rate를 따라서 정산을 하는 Registered Airmail에 비해 e-packet이 더 수익성이 좋기 때문입니다.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면 미국우체국이 국제우편물등기에 대해 스캔을 앞으로 안하겠다는 것은, 수익성이 없는 국제우편물에 집배원, 물류센터에서 스캔과정을 생략해서 원가를 절감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결론적으로 USPS처럼, 결국 인바운드 우편물량이 많은 전세계 주요국가들이 이기적인 행태를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국가간 개별 협정에 따른 상품개발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 질 것 같습니다.
이러한 세계적인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우체국은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적어도 국제우편 사업에 있어서는 민간 기업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 수십억원을 투입해서 국제우편관련 시설 투자와 인력 양성 등을 하지 않는다면 수년내에 한국발 크로스보더 국제우편 물량은 한국우체국이 아닌 외국 우체국, 외국기업들에의해 좌지우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지막으로, 선진 우편 물류란 어떤 것인지 동영상을 하나 소개하며 긴 글을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