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신화로 잘 알려졌던 팬택이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아 청산될 상황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움에 처하게 된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저한테는 ‘내수 시장, 내수 기업’ 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이더군요.
저는 팬택 문제가 한국 제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제조업은 애매한 위치에 있습니다. 중국제품보다 비싸고, 일본제품보다는 브랜드나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미지를 주는 포지션에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리 해외 전시회 나가고 해봐야 성과가 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B2B는 더이상 한국 제조기업들이 지향해야 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대형 유통기업의 바이어가 사주는 것이 아니라, 최종 소비자가 사주는 것을 목표로 B2C 모델로 가야 그나마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스타일난다의 해외 매출이 정부 지원금으로 파리, 뉴욕등의 패션쇼에 참가하는 모든 한국 패션기업들의 수출액보다 훨씬 큰 것이 한국산 제품의 특징을 어느정도 설명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팬택과 관련해서 원플러스(https://oneplus.net/)라는 중국 휴대폰 브랜드의 사례를 통해서 어떻게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가 한국제조업에도 희망이 될 수 있는지 적어볼까 합니다.
원플러스는, OPPO라는 중국의 대형 제조사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신생 휴대폰 회사입니다. 한국에서도 검색을 해보면 구매를 하는 분들이 제법 있는것 같더군요.
이회사는 중국 전자제조의 메카인 심천(Shenzhen)에 위치하고 있는데, 심천은 제조뿐이 아니라 전세계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를 주도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잠깐 심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심천이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의 중심지가 된 이유는, 홍콩과 인접해 있고, 젊은 사람들이 많으며, IT사업이 활성화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광저우의 공장들이 있기 때문에 상품 소싱도 경쟁력이 있는 것이구요.
위 사진은 제가 자주 방문하는 심천시 푸티엔구에 있는 International eCommerce Industrial Park로 이 건물에만 TMALL 셀러가 200개사가 넘는다고 합니다.
(예전에 소개한적이 있는 Lightinthebox도 이 건물에 지사가 있습니다.)
하드웨어 제조사인 OPPO가 밀어주는 OnePlus와 심천의 크로스보더전자상거래 인프라의 조합은 큰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현재 OnePlus는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서만 판매를 하는데, 미국으로만 하루에 4-5천개의 휴대폰을 판매한다고 합니다. 유럽, 중동 등에도 수천개를 판매하고 있구요.
전통적인 방식으로, 휴대폰을 수출하려면 타겟 시장에 지사를 설치하거나 파트너사를 선정해야 하고, 현지 대리점 영업을 지원해야 하며, 대규모 오프라인 마케팅등도 해야 합니다.
또한, 현지에 수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수입시 필요한 규제도 있을 것이고, 재고를 가져다 놓아야 하니 현금흐름에도 좋지 않을 것입니다.
B2B의 특성상, 대금 회수는 늦을 것이고, 이러한 해외 영업망을 관리하기 위해 본사에도 대규모의 조직이 필요할 것입니다.
원플러스 같은 회사는 어떨까요? 이 회사는 자사 웹사이트 하나를 운영하는 것으로 연간 수백만대를 전세계로 판매합니다.
당연히 원가 경쟁력이 생기고, 자금 회수도 빠르며,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브랜드, 제조사들은 여전히 전세계 유통을 오프라인 관점에서 하려고, 현지 파트너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B2B에 비해 B2C는 귀찮기도 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데다가, 막연하게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팬택이 기술력이 있는지는 판단할 지식이 없습니다만, 저렴한 가격에 언락폰으로 좋은디자인 상품을 전세계를 대상으로 판매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물론, 해외 판매를 시도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적절한 마케팅도 있어야 할 것이고, 국제결제, 물류 등도 잘 구비해야 겠지요.
팬택 이후에도 많은 제조사들이 점점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국내 내수시장은 점점 어려워 질 것이고, 한국 소비자들은 점점더 해외에서 직접 구매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미국 출장중, TV를 통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를 방문한 내용을 봤는데, 양국간 전자상거래 협력을 요청했다는 내용이 나오더군요.
이러한 관심이 긍정적인 것은 맞습니다만, 현재 한국의 문제는 이러한 정책을 실행하는 사람들이 국제전자상거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스스로 전문가라고 주장 하는 분들이 정부기관과 손잡고 엉뚱한 방향으로 기업들을 이끌어가는 상황이 되고 있는듯 하여 안타깝습니다.
제2의 팬택이 아닌 제2의 원플러스가 한국에서 나오길 기대하며 이 시간에도 아마존, 이베이에 상품 등록하고 계실 크로스보더 셀러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이만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