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다국적 소비재 기업이 모 회사에 의뢰해 조사중인, 크로스보더이커머스 아시아의 보고서 중 한국과 관련된 부분을 인터뷰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왜 그런 회사가 온라인커머스를 조사중인지(국제 배송이 적합하지 않은 품목)는 의아 했으나.. 하여간 그러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나름의 생각 정리를 해보게 되었습니다.
뚜렷한 기업이 없다는 것에 인터뷰한 분도 의아했고 (수조원대 거래액 이커머스 기업이 즐비한 한국이기 때문), 그래서 주된 이야기가 왜 한국에선 그런 기업이 없는지로 주제가 많이 변경되었습니다.
왜 한국이커머스 기업들은 해외 진출을 잘 못할 까요?
대기업에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면, 우선 내부에서 누군가가 담당을 맡게 됩니다. 보통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분들은 네이버 검색을 하고, 또 거기에 나오게 되는 네이버 카페나 업계 전문가로 자칭하는분 들을 통해서 관련 정보를 습득합니다.
고용유연성이 없다보니, 외부 경력자(특히 외국인)가 쉽게 들어와서 조직에서 자리잡는것도 어려운 문화고, 자리잡고 있는 기존 직원 들이 인정해줄리도 없겠죠.
그래서 잘 모르는 담당자는 대부분 책임을 안지고 편한쪽으로 방향을 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좀 과장하면 신라면을 페덱스로 보내게 되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몇몇 만나본 유통기업의 물류책임자들은 대부분 국내 물류를 하던 분들이 국제를 맡게 되는데, 국제 물류는 국내 물류 경험과 경력이 별 의미 없습니다. 오히려 오픈마인드가 있는 의지가 있는 무경력자가 훨씬 낫습니다.
월 매출액 몇억도 못하면서 SAP솔루션으로 글로벌 커머스를 구축하는 것이 대한민국 대기업 IT나 사업기획 담당자들이 하는 일들입니다.
한편, 젊고 유능한 창업자가 이 시장에 뛰어든다고 할때, 한국 상품은 사실 팔게 제한적입니다. 뭐든지 저가로 생산해 내는 중국이나, 팔 컨텐츠가 많은 일본과는 전혀 상황이 다르고, 한국의 제조기업, 브랜드 들은 마인드가 B2B에 멈춰있기 때문에 중국의 공장들처럼 대응도 해주지 않죠. 그러니 젊은이들이 온라인 판매에 뛰어들어도 화장품 도매로 받아다가 저단가 경쟁하면서 1) 마켓플레이스 배불려 주고 2) 교육사업하는 분들 배불려 주다가 폐업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창업 비용이 높고 (모든걸 대기업들이 다 장악한) 한국에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분야 신규 창업은 가능성이 희박한 분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은 책 장사거나 컨설팅 장사거나 혹은 바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라고 묻는다면 제조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혹은 대기업이든 젊고 유능하고 소규모로 온라인 판매도 해본 사람들이 들어가서 (매우 어렵겠지만)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베이, 아마존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한국상품들의 소싱 경로는 도매상, 제조업체가 아니라 위메프, 티몬, 오픈마켓 등입니다. 너무나 힘든 유통회사들이 이런 소셜 채널을 통해 정말로 택배비 백마진에 의존하며 판매를 하기 때문에 도매상보다 더 싸게 사면서 카드도 사용할 수 있으니, 소규모 사업자들이 여기서 사는 겁니다.
그러면, 해외에 장사는 잘하는 소규모 사업자들(주로 젊은 분들)이 재고를 보유하고 몇백원 백마진에 의존하며 위메프, 티몬에 줄서는 유통업체에 들어가서 그 유통업체가 직접 아마존 등에 판매하는 구조를 만드는것이 더 낫습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은 (인건비 등 문제로) 도매상, 유통업체가 생각하거나 실행하기에는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을 할 대상이라고 생각됩니다.
해외판매 창업과정 보다는, 제조기업, 유통기업에 취업해서 바로 실무를 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더 현실적이라는 겁니다.
추가로, 오히려 외국 기업들에게 상품을 공급해주는 역할로서의 한국에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판매 및 마케팅은 외국의 온라인 기업이 하고, 한국은 생산과 물류를 맡는 것입니다. 특히, 빠른 카피&생산으로 유명한 동대문, 남대문 패션, 그리고 화장품 기업들이 해외의 대형 업체와 손잡을 경우 희망이 있습니다. 마치 미국 백화점에 의류 납품하던 과거 시절 케이스처럼 말이죠.
당장은 아니더라도, 3~5년 뒤에는 긍정적인 변화가 생겨서 한국, 그중에서도 인천이 Shenzhen을 이어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의 허브 도시가 되기를 바래봅니다.